Saturday

#00
영화 소공녀를 다시 보았다. 세번째인가 네번째인가. 주인공 미소를 따라 위스키를 조금 따라 마시고 영화가 끝난 후엔 묵은 담배를 하나 폈다. 일년에 한번 혹은 두번 정도, 친구가 '소셜스모커'라는 명칭으로 정의 해준 나는 담배 한 대에도 온 몸에 냄새가 베이는 사람.

#01
미소의 남자친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간다는 얘기(통보)를 하기 전까지 안재홍 배우가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들은 나의 현실적인 이상형이다. 적당히 현실과 이상을 타협하는 인물들. 소공녀에서 제일 슬펐던 장면은 그 장면이었다. 헌혈을 하면서 누군가는 즐거움으로, 누군가는 미안함으로 그 시간을 기억하는 장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미안항을 느끼는 순간이 너무 슬프다.

#02
어제는 이사님의 사모님의 장례에 갔다. 지난주부터 2주간의 휴가를 내신 이사님의 사모님은 너무 빠르게 떠나셨다. 이상한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역시나 엄마의 부재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상복을 입고 장례식장을 지키고만 있었다. 이사님은 덤덤하게, 하지만 현실감은 느끼지 못한 채 다들 그러하듯 아내분의 마지막 모습을 묘사해 주셨다. 코가 계속 시큰거렸고, 덩달아 울다가 그게 이상해서 다시 웃었다.

#03
'잡생각'이 많은 요즘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나의 중심적인 생각들이었다. 살아가는 것과 남아있는 것. 함께하는 것과 자유로운 것. 공허함이 가득한 대화들과 유의미한 공백의 순간들.

#04
남산길을 걷다가 보도블럭 사이에 자라난 우리가 흔히 '잡초'라 부르는 풀들 하나하나에 물을 뿌려주는 미화원 아저씨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