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00
나는 많이 궁금했어. 내가 어떤 얼굴일까. 네가 어떤 얼굴일까. 익숙한 공간에 들어서는데, 입구에 누군가 내 눈에 익숙한 것을 들고 있었어. 잠깐 생각하고, 생각했더니. 네가 들고 있던게, 내가 너의 집에 두고 온 내가 좋아하는 블랑켓인걸 나중에 알았지. 너 였구나. 우리는 이렇게 스치게 되었구나. 아무런 노래도, 아무런 생각도. 그냥 몇 해 전의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리고 이 시간도 그냥 그렇게 같은 공간 먼 거리에서 흘러갔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너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할 용기가 없어.

#01
이상한 하루였다. 부처님이 오신날이라서인지 유난하게 많은 생각을 하게되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정으로 하루를 흘려 보냈다. 재료를 가득 담은 요리는 망쳤고, 친구와 함께 가려했던 꼬치요리집은 정기휴일이였다. 꽃이라도 한송이 살까했던 동네 꽃집도 일찍 문을 닫았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02
터닝포인트. 지금 이 순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다. 모든 게 끝나고 다시 모든게 시작되는 순간. 살아가며 몇번이나 마주했고, 한 번도 후회한적 없던 순간이다. 무엇을 위해서인지 알 수 는 없지만.

#03
비가 내린다. 빗소리를 종일 듣는다.   

#04
좋아하는 향의 초에 불을 붙였다. '토마토 샐러드'라는 이름은 안어울리지만 좋아하는 향이라 두 번이나 샀다. 한번은 내가, 다른 한번은 누군가가. 이제는 바닥이다. 

#05
우리집에 네가 오면 좋겠다. 몇 해 전. 그때 내가 너의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나란히 앉아 음악을 듣고, 고무나무 잎사귀를 닦아주는 너를 바라보다가,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지켜본 것처럼. 너도, 그렇게 나의 공간에서 내가 지내온 곳에서 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06
빗소리를 계속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