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00
해야하는 일은 분명하다. 이 감정을 흘러가도록 보내는 것. 좋은 기억 만큼이나 슬펐던 마음과 좋지 않던 추억들을 미화하지 않고, 잡지않고. 그렇게 그 순간을 놓아 고스란히 보내는 것. 아마도 처음부터 내것이 아니었던 그 마음을 자꾸만 아쉽게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지금 이 깊고 깊은 가라앉음의 분명한 원인.

#01
시차가 느껴지는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예전과 같은 고작 몇 개의 메세지에 나의 고민과 두려움이 보인다. 보고싶지만, 보고싶지않고. 손을 잡고 싶지만, 손을 놓아야 하는 순간이 너무나 두렵다. 나를 늘 긴장상태로 두었던 그는 헤어진 후에도 여전하다. 나는 늘 그의 앞에서 그를 보고있었고, 나를 마주한 그는 늘 내 너머를 보고있었다.

#02
이렇게 적어내려가는 행위가, 생채기처럼 남겨진 추억을 조금이나마 덮어버리길.      

#03
한동안 이어진 기분의 가라앉음이 심해져 몸까지 병이났다. 출근과 함께 퇴근을 하며, 유난히 더운 날씨와 유난히 파아란 여름하늘에 대해서 생각한다. 참 예쁜 계절을 이렇게나 먼지처럼 보내는구나.

#04
엄마와 어서 여행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