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00
공허하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좋은 음악을 잔뜩 듣고, 은근히 자랑할만한 사진들도 많이 찍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적당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공허하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01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함에 몹시 당혹스럽고 불쾌함까지 다가온다. 오랜만에 그에게 연락을 했을때 답변이 없던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기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크고작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가령 좋은 기억들로 마무리 지었던 여행에서의 세금폭탄이라거나, 택배기사들의 불쾌한 전화통화, 가족들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등.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길을 걷고 걸어도 그 모든 것들이 영화처럼 사라질 수는 없는 현실의 요소들이었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현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02
좋은 사람은 어떤사람일까. 딱히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본 기억은 없다. 늘 내가 편하기 위해 어떠한 상황에 대처를 하면 그들은 때때로 나를 좋은 사람이라 하였다. A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면 A는 나에게 냉정하다 했다. 좋은 사람이라 불리우는 사람과의 자리가 굉장히 불편했다. 좋은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걸까.

#03
커피도, 술도. 이제는 많이 마시지 못하여 많이 마시지 않는다. 평소보다 많이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다 합쳐서 세잔. 욕구가 줄어든 요즘은 때늦은 겨울잠을 자는것과 같은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