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00
일과 밴쿠버 생활을 동시에 끝내고 바로 떠나온 여행은, 조금은 과분한 여유로움이다. 휴식과 여유가 동시에 필요했던 나는 어떤 누군가가 보면 그 멀리까지 가서 아무것도 안하는 애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매일 일찍 일어나 맛없는(지금까지의 여행중의 가장 소박하다고 말하고 싶다.) 숙소의 아침밥을 먹고, 일단 밖으로 나가 아침을 구경한다. 커피를 마시고 빵을 사러 줄을 선다. 로밍을 따로 하지 않아서 와이파이의 노예가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이폰과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01
포틀랜드는 아주 작은 힙한 도시. 밴쿠버에서는 버스만 타면 그래도 숲으로, 호수로 갈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기서는 조금은 어렵다. 어제 찾아간 바다는 정말 오랜만에 본 바다. 귀가 쨍한 느낌이였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마음이 이상했나보다. 열흘간의 일정은 조금은 길게도 느껴진다.

#02
여행을 하고, 더 많은 것들을 마주할수록 조금 더 커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몇일 전 같은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교환학생과의 짧은 대화에서 소위 '꼰대'같은 말들을 내뱉는 나를 만났다. 너무 부끄럽고 숨고 싶었다. 아직 한참 멀었다.

#03
최소한의 말을 하고 있다. 크게 수다떨고 싶은 마음도, 외로운 마음도 없다. 지금은 그냥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고 듣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