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얼마전 꿈에 당신은 나에게 참 못되게 굴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고싶지 않다고 내가 애써 고개를 돌렸을때. 당신은 그에 대해서 얘기를 내뱉었다. 잔인할 정도로 못되게 굴었다. 몇일 전 크리스마스에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다. 보내지 않을 편지들이 더이상 쌓여가지 않기를 바라며 그 편지의 말미에 안녕을 고했다. 안녕. 잘 지내요. 하고. 문득, 오늘 당신과 내가 나눈 그때의 사진을 보고싶어 메신저를 열었을때, 당신은 없고 당신이 보낸 사진들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 작은 창안에는 혼자인 나와 내가 당신에게 건넨 시시콜콜한 사진들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그 곳에는 언제부터 나 홀로 남아있던 걸까. 참으로 못되게.
#01
천천히 천천히. 괜찮아지는구나. 괜찮아지겠구나 싶다가도. 한번씩 툭 하고 뭔가가 끊어져버리는 때가 있다. 조금은 천천히 멀어지고 싶었을 뿐인데.
#02
또 한해가 가려고 한다. 스물 여덟이. 흘러간다. 스물 아홉에는. 귀한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부드럽고 단단해진 내가 조금은 흔들거려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기대된다. 처음 겪는 스물 아홉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