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첫번째 소원팔찌가 끊어졌을때. 그 소원을 기억한다. '이 곳에서 잘 지내다가, 떠나야 할때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우연인지 나는 그 곳을 급작스럽게 떠나야했고, 그 때는 힘들었지만 지나보니 그 소원대로 이루어진 셈이였다. 그런데, 지금 왼쪽 손목에 묶여있는 이 팔찌의 소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와의 연애가 시작될 무렵이었다면, 분명한 한가지의 소원이었는데. 그 때가 어느 때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이 팔찌가 끊어지지 않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때. 그는 어떤 소원을 생각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01
그와 함께 인사를 했던 친구에게는 지금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 때의 행복한 모습 그때만 알려주고 싶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말미에 친구는 내가 어째서인지 성숙한 얼굴이 되었다고 했다. 그 말을 안다. 또 어른이 되었다는 말. 늘 힘든시기를 지난 후, 나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자라있었고, 그만큼 두껍고 단단해져있었다. 그렇게 내 얼굴은 또 한번 어른의 얼굴이 되어버렸다.
#02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되겠지. 어쩌다가가 아니라. 분명히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 그와 나. 그 때는 그도 지금의 나처럼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나는 그에게 조금의 시간을 더 주기로 한거니까. 이제 되었다 싶을 때. 그 때에 우린 다시 만나요. 나도 기대했던 모습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을 준비를 하고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