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A가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때는 사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는데. D가 사랑에 빠져있는 모습엔 마음이 잠깐, 아니 아직까지 저릿하다. H에게는 이제 다시는 안와도 된다는, 한참 전부터 준비한 그 얘기를 결국 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다.
#01
난 아직 한참 멀었다.
#02
잠들기 전 누워서 기타를 친다. 기타에 눌린 배와 가슴이 아플때 까지만 기타줄을 맘대로 퉁기다가 불을 끄고 기타를 옆에 두고 잠을 잔다. 예전 처럼 코드 하나하나 손모양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고 소리내고 싶은 줄을 한개. 두개. 여섯개. 윗집 아랫집 이웃사촌님들께는 조금 미안해요.
#03
날씨도, 가을 공기도, 기분도 완벽했던 날에. 오랜만에 함께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너의 집에 바래다주고 싶었다. 정말로. 어깨도 툭툭 두드려주고 싶었다. 이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넌 지금 잘하고 있다고. 넌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나도 참 괜찮은 여자라고.
#04
스물 둘 스물 셋 즈음의 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때의 하루하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