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언젠가 내 장례식을 하게되면, 남은 사람들끼리는. 막연한 눈물말고, 슬퍼하는 위로도 말고. 그냥 나의 이야기를 나눠줬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속을 말하지 않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비밀이 없던 사람으로,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걸 해주는 사람으로. 그런 얘기들로 당신들의 '나'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즐거웠던 일들로 가득한 당신의 '나'로.
#01
늦잠을 자고, 잘 하지 못하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그제 사둔 귤도 먹고, 또 실컷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해가 져있다. 어떤 날의 노래처럼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오랜만에 밤 산책을 했다. 몇일 그렇게도 춥더니 오늘은 빠르게 걸으니 땀이 날 정도의 이상기온. 곧 다시 매섭게, 시리게 추워지겠지. 고민고민 하면서 장을 보고, 재료도 손질하고, 내일 도시락 준비를 했다. 늦은 저녁에도 맛있는 음식을 신나하며 같이 먹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다. 오후만 있어도 좋았던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