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 나를 못본건지 못본척 한건지 당신은 매우 바빠 보였다. 배경이였던 학교를 한 바퀴 돌고 뒤뜰에 갔을 때, 당신은 입구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잠시 침묵. 미안하다. 미안하다라고 했다. 난 어쩌면 그 한마디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는 그 한마디. 나는 꿈 속에서도 바보처럼 아무말도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당신을 지나쳐 밖으로 나와버렸다. 내 발걸음이 느려진건지, 당신이 빠르게 뛰어온건지, 당신은 내 뒤에서 가만히 나를 잡고 있었고, 나는 뒤돌아보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2, 오늘이야기
몸이 욱신욱신했다. 지난 꿈 덕분에 기분은 우울했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늦은 오후가 되서야 간단하게 씻고, 간단하게 화장하고, 간단하게 옷을 입고 외출을 했다. 지난 필름들을 스캔하니 지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지금 겨울이 들어있다. 그때의 기억들은 행복하고 즐겁다. 그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어도, 사진속의 풍경은 행복함만 남아준다. 지금 내가 이런 건 울지 못해서 임이 분명하다. 울지 못해서 울듯한 표정이고, 울기 직전의 숨막힘이 가득하다. 달달한 소설을 읽고 싶어 빌린 분홍색 표지의 슈거타임은 생각보다 달달하지 않았고 중간중간 나의 모습을 발견하며 속상해했다. 그리고, 내일 모레까지 반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