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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외할머니. 계속 누워계셔서 머리는 아인슈타인 박사 같았어요. 그 외국에 유명한 박사가 있어요. 이제는 살가죽밖에 안남아 손등에 탁한 혈관이 보이는 그 손으로 제 손을 잡아주셨죠. 손이 왜이리 차냐며. 아직도 계속 기억에 남아요. 서랍에서 처녀적 모아두신 귀고리 반지. 몰래 꺼내 저에게 주시던 모습. 그게 어디갔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빈티지라고 옛날꺼가 유행인데. 추웠던 겨울 무거운 이불을 계속 걷어내던 저와 그걸 계속 다시 덮어주시던 모습. 오백원짜리 동전이 가득한 동전지갑. 옷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싶다 했을 때, 작은 반짓고리를 챙겨주시던 할머니. 저 이 작고 발랑까진 손으로 잘 해낼께요. 할머니 말씀대로 재주 많은 손이라 믿고. 다음에도 맛있는 간식 사갈테니 좀 드시구요. 사랑하는 할머니 우리 건강하게 몇 해만 더 오래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