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가는 길이 좋아.
일요일의 패턴은 다섯시에 문을 닫는 도서관에 게으름을 피우며 세시반쯤 가서 한시간 동안 책을 고르고 배낭 안에 가득 책을 담아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을 가. 그러면 다섯시가 조금 지나고 버스는 바다를 건너 공항으로 가는데 바다 위에 떠있는 그 시간이 참 좋아. 겨울이라 해가 빨리 내려가서 바다와 하늘, 혹은 섬과 하늘 사이에 있는 오늘의 해를 볼 수 있어. 지는 해를 바로 보고 싶으면 왼편에, 바다를 더 가까이 보고 싶으면 오른쪽에 앉으면 되는데 난 늘 왼편. 가끔 오늘처럼 구름이 옅게 깔려 있으면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지만 재미는 없어.
#
공항놀이가 좋아.
공항에 도착하면 맨 끝 게이트에서 내려. 거기 부터가 시작이야. 시작부터 끝까지 우선은 걸어. 일요일의 3층은 이상한 커플룩을 입은 허니문을 떠나는 신혼부부들이 많아. 짐은 모두 신랑이 챙겨다니고, 신랑 신부 모두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아. 곳곳에 영수증을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집중력이 신기해. 2층으로 내려가면 별거 없어. 그냥 1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길이야. 1층으로 내려가 좋아하는 치킨버거를 먹으면서 배낭 안에 있는 읽기 쉬운 책을 꺼내봐. 절대 벽보고 먹지는 않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맛있고 신나게. 그런 다음에는 커피를 한잔. 커피 전문점만 3-4개 있으니 그때그때의 기호대로. 커피를 들고 주차장 방향의 무빙워크를 타고 쭉 가면 가짜같은 식물원이 나와. 그 곳을 아는 사람이 없는 건지 늘 나혼자. 숨쉬는게 아무것도 없고 모든게 가짜같은 그 공간.
#
공항에서 오는 길이 좋아.
돌아오는 버스를 타면 깜깜한 여덟시.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잠들면 안되고 계속 기다리면 조금씩 불빛들이 보여. 간간히 보이는 야경도 참 예뻐. 버스 안 사람들은 여행에서 지쳤겠지만, 나는 그 시간이 여행이니까. 집까지 오는 길 중간에 있는 공원중에 마음에 드는 공원에서 내려 산책을 하다가 집에 들어가도 되고, 추우면 그냥 집 앞 공원을 가로지르자. 그러면 일주일의 마지막 여행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