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내가 제일 두려워 하는 순간. 감정기복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최하로 떨어져버린 지금과 같은 때. 내일은 월요일이고, 평소보다는 늦지만 학교에 가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주말의 끝자락병과 같은 감정이라고 간편하게 생각하면 되지만, 노래 가사처럼 머리론 알겠는데 전해지지가 않는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인 것도 같고, 너무 일찍 깨버린 탓인 것도 같고, 오랜만에 하루 세끼니를 다 먹어치운 불안함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카모마일을 선택하기엔 마시는것 자체가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것 같고, 약을 먹기엔 그 어떤 병명도 집에 있는 알약 중에는 맞는게 없다.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 페퍼톤즈의 블로그에 들어가 지난번 봤던 프린트가 맘에 들던 티셔츠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사요의 동영상을 재생, '저런 딴짓은 언제든 환영'에 미투 한 표. 어두운 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들썩이며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약간은 웃음이 나기도 해. 그래서 또 다시 플레이.
힘든건 없는데. 아직 학기는 본격적으로 시작 하지도 않았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들도 있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난 '힘들어'라고 말할 구실을 찾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어.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신나고, 두근거리고, 즐거웠는데. 이제는 그게 싫어. 안 해. 하지 말자.
몇 시간 후면 생일. 23번째인지 24번째인지. 난 23살인건지 24살인건지. 별로 중요하지는 않아도 확실하게는 해두고 싶은데 말야.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변했어. 나에겐 미안하지만, 내일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생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냥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로 보내고 싶다. 지난번 남산을 걷던 그 기분으로 시작했으면 좋겠어. 이석원씨는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는 그때가 어른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난 아직 어린이. '선물'을 나에게 주는게 참 어려운거더라. 필요해서, 갖고 싶어서가 아닌 '선물'의 의미로 무언가를 준비하고, 카드를 쓰고, 포장을 하고, 그런 선물을 꼭 하자. 어른이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