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그래. 다 네 탓이야. 너 때문이야.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좀 해. 사과할 일도, 용서할 일도 이제 없어. 몇 번을 반복해도 나는 금새 까먹고 또 다시 미련한 사람으로.
#01
점심시간에 대학동기를 마주쳤다. 사실 그 아이와는 그리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였지만 비슷한 외형을 가진 사람을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났을 때. 나는 조금이나마 아는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은 하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엔 예전 주임님을 만났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사실 나는 그녀(나보다 어리지만 배운게 너무 많았다)가 참 반가웠다.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맨 앞칸에 자리를 잡았다. 15분쯤 지나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 버스에 타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 때처럼 맨 앞자리에 앉았기에.) 하지만 보지 못한 척을 했다. 아닐거라고. 그 애가 아닐거라고. 그 친구와는 고등학교 시절 얘기도 많이 나눴고, 친분도 있는 사이였지만 고등학교 졸업이후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피곤해서 반가운 표시를 못할것 같았다. 결국 같은 곳에서 내려 그 애가 먼저 아는 척을 했고, 나는 전혀 몰랐다는 듯 어색한 인사를 했다. 사실 나는 그애가 정말 반가웠다. 그래서 미안했다.
#02
손톱에 색을 칠하고. 남은 와인을 다 마시고. 밤 늦게 달디 단 과자를 먹었다. 소파에 누운건지 앉은건지 모를 편안한 자세로 티비를 보았다. 모든게 재미가 없다.
#03
어쩌면 다시는 안 볼지도 몰라. 그게 최선일 지도 모르겠고.
#04
혼자서 참 많은 상상을 했다. 너와 함께하는 모습들. 말도 안되는 일들이니 상상인거지.